상기업과 제조기업 & 재무회계와 관리회계

 회계학을 처음 접하게 되는 회계 원리에서 우리는 주로 일반 상기업에 대한 회계처리를 중심으로 공부했습니다. 상기업은 외부로부터 상품을 구매하여 이를 소비자에게 재판매함으로써 이익을 발생시키는 기업을 말합니다. 우리가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 도매상들이 상기업에 속한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이들 상기업들은 제조시설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상기업은 제조시설을 가진 다른 기업에서 생산해 놓은 제품을 구매하여 재판매할 뿐입니다. 따라서 상기업의 주요 경영활동은 구매와 판매가 핵심입니다.
 이에 반해 제조기업은 제조시설을 보유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제조기업이 상기업과 다른 것은 제조시설을 가지고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 다양한 원가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제조기업의 주요 경영활동은 구매와 판매뿐만 아니라 생산활동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원재료와 노무비 그리고 각종 용역 등 생산요소를 구매하여, 이를 생산활동에 투입함으로써 제품을 완성한 후 완성품을 판매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상기업(상품)과 제조기업 (제품)이 서로 다른 거래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그 구조에 따라 재화의 원가도 서로 다르게 산출됨을 알 수 있습니다. 상기업의 경우 상품 원가는 제조기업 등에서 구매한 재화 가치 (구입 대가)와 부대비용의 합으로 산출됩니다. 이는 이미 회계 원리에서 공부하였던 취득원가를 말합니다. 반면에 제조기업의 제품 원가는 제품생산에 소비된 재료비, 노무비 그리고 경비, 즉 다양한 생산요소에 대한 가치의 합입니다.
 회계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는 정보이용자들의 경제적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회계는 정보 이용자의 유형에 따라서 크게 재무회계와 관리회계 두 분야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재무회계는 주주, 채권자, 정부 당국 등과 같은 외부 정보 이용자들에게 조직(기업)에 대한 경제적 정보를 제공합니다. 따라서 재무회계에서는 반드시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 (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 ; GAAP)을 따르도록 요구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강제적인 재무제표 작성을 위한 분개 및 절차를 다루고 있습니다.
 반면에 관리회계는 작업자, 중간관리자 그리고 최고 경영자 등 내부정보 이용자들에게 경제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 강제성이 있는 재무회계와는 다르게 관리회계에서는 상당한 자유 재량권이 주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즉, 재무제표와 같은 일정한 보고양식이 없으며, GAAP와 같은 강제적인 회계원칙에서도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내부정보 이용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목적에 부합하는 정보가 적시적으로 제공될 수 있다면 관리회계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가치는 아주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원가회계가 재무회계 및 관리회계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재무회계와 관리회계가 모두 역사적 원가 자료를 사용하지만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무회계에서는 범용목적의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데 원가 자료를 사용하는 반면, 관리회계는 미래의 계획을 설정하고 내부 의사결정을 내리고, 조직을 운영 통제하는 데 원가 자료를 사용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원가회계는 재무회계와 관리회계 모두에서 유용한 정보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원가회계는 재무회계 보고서와 관리회계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의 역할을 합니다. 재무회계에서 원가회계의 역할은 주로 매출원가나 기말 재고액을 산정하는 데 있습니다. 관리회계에서 원가회계의 역할은 조직의 계획과 통제 그리고 의사결정 등에 필요한 정보를 산출하기 위한 기초자료가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동안 원가회계의 역할은 재무제표 작성에 큰 비중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현대에서는 원가 정보의 관리적 역할이 더없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원가 회계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의사결정의 경제적 결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합니다.
> 제품 가격은 얼마로 할 것인가?
> 어떤 제품 라인을 추가 혹은 폐쇄할 것인가?
> 부품을 직접 생산할 것인가 아니면 외부에서 구입할 것인가?
> 설비를 구입할 것인가? 구입한다면 어떤 설비를 구입할 것인가?
> 생산방법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변경할 것인가?
> 특정 사업 부문을 확장할 것인가 아니면 축소할 것인가?
> 누구를 승진시킬 것인가?
> 기업의 낭비 요인은 무엇인가?
 또한, 이제 원가 담당자는 단순한 원가 정보를 산출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보다 폭넓은 역할이 요구됩니다. 원가 정보를 이용한 원가관리 및 조직혁신의 선두 주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기업의 모든 거래 결과는 회계부서에 집결됩니다. 기업의 전체적인 활동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말 입니다. 원가 담당자는 이러한 자신의 위치를 잘 활용하여 기업의 핵심적인 성공 요인을 발견하고, 이를 강화할 수 있는 정보를 산출하고 보고하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각 기능을 가치사슬의 개념으로 연결해 볼 줄 아는 통찰력을 지녀야 합니다. 지나친 기능 세분화를 바탕으로 한 개별 기능 분야의 효율성 제고는 오히려 기업 전체의 목적 달성에 방해가 되는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산과 판매 기능을 통합시켜 상호 보완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경영층의 노력 일환입니다. 원가회계 담당자들은 경영층의 이러한 노력을 진작시킬 수 있는 분위기와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