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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회계

원가회계의 과거와 현재

by 지식의 별 2023.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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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세기 중엽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원가의 개념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시기였다. 중세 시대부터 베네치아, 안트워프, 제노바, 암스테르담 그리고 영국 런던으로 이어지는 유럽 중심의 패권주의와 더불어 세계 경제는 주로 상업 무역을 중심으로 발달하였다. 주로 농어업과 같은 1차산업이 주류였으며, 공업은 노동집약적인 가내수공업을 위주로 단일활동의 조직 형태를 띠었다. 예를 들어 섬유산업에서 양털 깎기, 털실 방적, 방직, 염색 등의 일련의 작업 단위가 개별적인 조직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이런 환경에서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곧 원가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생산자는 소비처에서 구입한 가격보다 더 많은 현금을 소비자로부터 회수하면 되었기 때문에 성공 여부에 대한 측정치를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이후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단일활동 조직들이 복수 활동 조직으로 전환하게 됨으로써 위계 조직이 생겨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방적과 방직, 염색 등의 개별 작업 단위를 한 조직에서 통합한 복수 활동기업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시장에서의 구입가격이 원가가 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말이다. 따라서 원가를 파악하기 위해 복수공정을 거치면서 발생하는 가공비에 대한 측정치들이 도입되었다. 19세기 중반 철도와 전신의 발명에 따라 지역적인 산업 규모는 그 영역을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되었으며,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때 기업들은 효율성과 이익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에 따라 생산과정의 효율성 측정, 생산성 목표 달성 그리고 작업자들의 동기유발 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를 위하여 중간제품과 완제품의 원가를 식별하는 것이 중요한 관리 요소였으며, 더 나아가서는 과학적 관리운동을 통해 표준과 실제 성과의 차이 분석, 즉 표준원가제도를 태동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원가 정보는 기업관리를 위한 목적으로 수집되고 사용되었다. 즉 단순히 제품 원가를 산출하는 계산의 목적이 아니라 원가관리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조직의 복수업무를 수행하는 거대기업이 출현하고, 복수사업부 형태의 조직이 나타나면서부터 원가회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거대기업을 관리하기 위한 성과지표가 개발되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 큰 변화는 원가 정보의 산출목적이 재무제표 작성을 위한 것으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자본시장과 규제기관 등 기업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가해졌고, 공인회계사들도 원가회계와 재무회계의 통합을 요구하였다. 즉 개별 제품별 정확한 원가는 필요하지 않으며, 총계만 정확하다면 세부적으로 상쇄될 수 있는 오류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재무제표의 매출원가와 기말재고액의 산정이 원가회계의 핵심이 되어 버렸다.
 많은 학자들은 1920년대의 원가 관리회계가 지금까지도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1920년대의 단순한 생산환경에 비하면 현재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화되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종류는 수없이 많아졌으며, 생산기술도 기계화 자동화를 거쳐 무인생산시스템으로까지 발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러한 변화는 원가구조를 변화시키며, 결국에는 잘못된 원가 정보를 산출하는 원인이 된다. 최근에 와서야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1980년 초부터 제안되어 많은 기업에 의해 주목을 받고 있는 활동기준원가계산 제도 (ABC : activity-based costing)도 이러한 논의의 결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기법이다. 전통적인 원가계산에서는 단순히 직접 작업시간에 의해 제조간접비를 제품에 배부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설비의 자동화로 직접 작업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제조간접비의 배부는 그 유효성이 상실되었고 제품 원가를 더 왜곡시킨다는 비난을 받게 되었다. 활동기준원가계산에서는 직접 작업시간 대신 원가동인 (cost driver)이라 불리는 다수의 보다 정확하고 개선된 활동 측정치를 배부기준으로 활용하여 각 제품의 제조간접비 자원의 소모액을 전통적인 원가계산 방법보다 정확하게 측정하려 하고 있다. 활동기준원가계산은 전통적인 원가계산에 비해 운영(측정)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한 정보처리 비용 감소로 운영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활동기준원가계산의 활용이 최근에 와서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최신 기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또한 전통적인 방법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해서도 안 된다. 다만, 원가회계는 단순한 원가계산이 아니라 원가관리라는 1920년대 이전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원가회계 정보는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 역할을 한다.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도 정확하고 유용한 원가회계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면 오늘날의 글로벌 경쟁환경 아래에서 실패할 수 있다. 또 어떤 기업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원가회계 제도를 사용함으로써 어떤 제품에 대해서는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하는가 하면 또 다른 제품에 대해서는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하여 수익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상실하기도 한다. 효과적인 원가회계 시스템은 운전자본의 부족 또는 바람직하지 못한 재고의 증가와 같은 잠재적 문제점들을 예방하거나 탐지할 수 있는 합목적적이고 시기적절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원가회계는 과거 의사결정의 결과를 시기적절하게 보고함으로써 경영자로 하여금 사업 운영을 보다 잘 통제하고 현행 및 잠재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곧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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